“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에 대한 ‘한풀이식’ 개혁일 뿐입니다.”
29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사무실에서 만난 허명 회장은 여권 주도로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여권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기보단, 한시 빨리 통과시키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허 회장은 “국민에게 왜 이런 식의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허 회장은 2021년부터 여협 회장을 지내며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교육학 학·석사 과정을 거친 뒤, 국내로 돌아와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여성항공협회, 사단법인 밝은미래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런 그가 여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지난 14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에서 허 회장은 “일 년에 47만명 이상의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정치적 사안이 되어버린 형소법 개정안. 전국 53개 회원 단체와 500만 여성 회원을 이끄는 단체의 장인 허 회장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을 물었다. 허 회장은 여성과 약자만을 생각하면 당연한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하게 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허 회장은 최근 발생한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을 언급했다. 살인범 장윤기는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이었던 장의 아버지는 아들의 살해 동기를 덮으려 했지만, 이는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로 밝혀졌다. 허 회장은 “앞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이처럼 경찰 단계에서 흐지부지되는 사건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 제도의 핵심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사법 정의의 실현을 통해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연 지금의 검찰 개혁이 이를 지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권 주도로 발의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여성들의 반대 목소리는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송치한 사건 10건 중 4.6건꼴로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가 이뤄져왔다. 그런만큼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이 사라지면 여성 대상 범죄 수사에서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내용을 공유하며 반대 의견 제출을 독려하는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허 회장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결국 힘 있는 가해자는 묵인되고 힘없는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변호사비 300만원을 12개월 할부로 지불했다고 한다”며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은 정신적 피해는 물론 비용적 측면에서도 혼자 끙끙대고 있는데,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허 회장이 우려하는 지점은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허 회장은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숱한 가정 폭력 사례를 목격했다고 한다. 한번은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지켜보던 아들이 결국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타인을 때려 입건된 적이 있었다. 허 회장은 “협의회로 들어오는 제보들을 보면 여전히 이 사건의 어머니처럼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노출을 꺼리는 분이 많다”며 “사법체계를 통해 온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피해자들은 더더욱 신분 노출을 꺼리고 결국 신고 자체도 꺼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 회장은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이 단순 ‘검찰 때리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모습은 마치 검찰에 대한 한풀이식 개혁 같다”며 “국민에게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 희생자가 생길 것을 알고도 강행한다는 건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입법권을 남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한시적 권한을 당리당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협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박사가 1959년 설립한 국내 대표 여성단체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 남녀고용평등법, 모자복지법 제정 등에 앞장서왔다. 현재 53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약 500만명의 회원이 가입해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7/29/K6TFFS2TNJACRNXTJZO55WT5QM/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에 대한 ‘한풀이식’ 개혁일 뿐입니다.”
29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 사무실에서 만난 허명 회장은 여권 주도로 발의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여권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소법 개정안의 취지를 자세히 설명하기보단, 한시 빨리 통과시키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허 회장은 “국민에게 왜 이런 식의 검찰 개혁이 필요한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허 회장은 2021년부터 여협 회장을 지내며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1975년부터 1984년까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교육학 학·석사 과정을 거친 뒤, 국내로 돌아와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한국여성항공협회, 사단법인 밝은미래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런 그가 여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지난 14일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에서 허 회장은 “일 년에 47만명 이상의 여성이 범죄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된다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정치적 사안이 되어버린 형소법 개정안. 전국 53개 회원 단체와 500만 여성 회원을 이끄는 단체의 장인 허 회장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을 물었다. 허 회장은 여성과 약자만을 생각하면 당연한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가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하게 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허 회장은 최근 발생한 ‘전남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을 언급했다. 살인범 장윤기는 여고생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인을 저질렀다. 경찰이었던 장의 아버지는 아들의 살해 동기를 덮으려 했지만, 이는 결국 검찰의 보완수사로 밝혀졌다. 허 회장은 “앞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사라지면 이처럼 경찰 단계에서 흐지부지되는 사건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 제도의 핵심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사법 정의의 실현을 통해 억울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연 지금의 검찰 개혁이 이를 지향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여권 주도로 발의된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여성들의 반대 목소리는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경찰이 송치한 사건 10건 중 4.6건꼴로 검찰 단계에서 보완수사가 이뤄져왔다. 그런만큼 검찰의 보완수사 권한이 사라지면 여성 대상 범죄 수사에서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형소법 개정안 내용을 공유하며 반대 의견 제출을 독려하는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허 회장은 “(보완수사권 폐지는) 결국 힘 있는 가해자는 묵인되고 힘없는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도록 만드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는 변호사비 300만원을 12개월 할부로 지불했다고 한다”며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들은 정신적 피해는 물론 비용적 측면에서도 혼자 끙끙대고 있는데,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허 회장이 우려하는 지점은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 신고를 꺼리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허 회장은 2012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숱한 가정 폭력 사례를 목격했다고 한다. 한번은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지켜보던 아들이 결국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으로 타인을 때려 입건된 적이 있었다. 허 회장은 “협의회로 들어오는 제보들을 보면 여전히 이 사건의 어머니처럼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어도 노출을 꺼리는 분이 많다”며 “사법체계를 통해 온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질수록, 피해자들은 더더욱 신분 노출을 꺼리고 결국 신고 자체도 꺼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 회장은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이 단순 ‘검찰 때리기’가 아닌,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모습은 마치 검찰에 대한 한풀이식 개혁 같다”며 “국민에게 왜 검찰 개혁이 필요한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 희생자가 생길 것을 알고도 강행한다는 건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입법권을 남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한시적 권한을 당리당략을 위해 남용하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여협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박사가 1959년 설립한 국내 대표 여성단체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 남녀고용평등법, 모자복지법 제정 등에 앞장서왔다. 현재 53개 회원단체, 17개 시·도 여성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약 500만명의 회원이 가입해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6/07/29/K6TFFS2TNJACRNXTJZO55WT5QM/